
스트레스 때문에 감기가 걸리고 나이가 든다
배가 고프면 화가 나고 짜증이 나는 것처럼 육체의 고통은 너무나 분명하게 인식된다. 그래서 육체가 정신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반대로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쉽게 체감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정신적 스트레스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은 오래전부터 꾸준히 보고돼 왔다.
1991년「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실린 한 연구는 건강한 성인 420명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정도를 포함한 설문과 검사를 시행한 뒤 감기 바이러스를 주입하고 7일간 격리 관찰했다. 그 결과 감기 발병 여부는 나이, 음주, 흡연, 수면의 질, 백혈구 수, 면역글로불린 수치와 같은 신체적 면역 지표와는 뚜렷한 연관이 없었다. 오직 개인이 보고한 스트레스 점수와 관련이 있었다.
스트레스가 면역 저하를 넘어 세포 수준의 노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2009년 엘리자베스 블랙번은 텔로미어와 텔로머라제 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에 위치한 반복 DNA 서열로 세포 분열을 할 때마다 조금씩 짧아진다. 이는 마치 신발끈 끝의 플라스틱 캡처럼 염색체라는 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일정 길이 이하로 짧아지면 세포는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하고 노화와 사멸을 시작한다.
블랙번은 심리학자 에펠과 함께 만성 질환을 앓는 자녀를 돌보는 어머니들의 텔로미어 길이를 조사했다. 그 결과 어머니들의 자녀 돌봄 기간이 길수록, 주관적으로 느끼는 스트레스가 클수록 텔로미어가 더 짧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높은 집단은 가장 낮은 집단에 비해 약 10년 더 진행된 텔로미어 단축을 보였다. 이 연구는 2004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됐다.
제공 : 서울아산병원(www.amc.seou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