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alinstitute.com캡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에서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에 고배를 마신 한화오션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자율항법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미래 해전의 중심축이 대형 유인 잠수함에서 무인 자율 잠수정(AUV·Autonomous Underwater Vehicle)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잠수함 한 척을 놓친 것이 미래 해양 방산 시장 전체를 잃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오히려 무인 수중 전력 분야가 한국 조선·방산 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도 이러한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독일 TKMS를 차세대 잠수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직후,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은 인터뷰에서 "독일로부터 디젤 잠수함을 몇 척 도입할지는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마크 카니 총리가 최대 12척 도입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제 계약 수량은 향후 협상 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카니 총리는 2034년까지 4척을 우선 인도받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지만, 퓨어 장관은 "첫 번째 잠수함은 2033년 초 인도될 가능성이 있으나 이후 일정과 최종 수량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향후 약 6개월 동안 독일 측과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며, 계약이 체결되기 전까지는 잠수함 가격과 최종 사업 규모도 공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캐나다 정부가 당초 발표했던 최대 12척 계획이 반드시 그대로 실행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캐나다는 현재 영국에서 도입한 노후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운용하고 있으며, 신형 잠수함이 순차적으로 인도되면 기존 함정은 모두 퇴역할 예정이다. 새로운 잠수함은 북극해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 활동에 대응하고, 태평양과 대서양에서 캐나다의 해양 주권을 보호하는 핵심 전력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캐나다 국방부는 미래 해군력의 중심이 반드시 유인 잠수함만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퓨어 장관은 인터뷰에서 "자율 수중 무기 체계와 같은 새로운 기술 역시 매우 중요한 고려 대상"이라며 무인 잠수정 기술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최근 호주를 방문해 방산기업 안두릴 인더스트리(위사진.Anduril Industries)가 개발 중인 '고스트 샤크(Ghost Shark)' 프로젝트를 직접 시찰했다고 밝혔다.
고스트 샤크는 승조원이 탑승하지 않는 자율 무인 잠수정으로, 장거리 정찰과 감시, 기뢰 탐색, 정보 수집 등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차세대 무기체계다. 특히 이 프로젝트에는 캐나다 해양 방산기업 크라켄 로보틱스(Kraken Robotics)의 첨단 수중 탐지 기술이 적용되고 있어 캐나다 역시 무인 수중 전력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퓨어 장관은 "잠수함이 가진 은밀성과 억지력은 여전히 대체하기 어렵다"면서도 "잠수함과 함께 운용할 수 있는 매우 뛰어난 신기술들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결국 잠수함 보유 대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비용과 이러한 신기술의 발전 속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대 전장은 빠르게 무인화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드론이 전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으며, 중동 지역에서도 무인기와 자율 무기가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해군 분야 역시 같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무인 잠수정은 사람이 탑승하지 않기 때문에 생명 위험이 없고, 크기가 작아 탐지가 어렵다.
운용 비용도 대형 잠수함보다 훨씬 낮다. 24시간 이상 장거리 작전이 가능하며 정보 수집과 기뢰 제거, 해저 케이블 감시, 적 잠수함 추적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향후 유인 잠수함과 무인 잠수정이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하이브리드 해군' 시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화오션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한화오션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잠수함 설계와 건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장보고급과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을 성공적으로 건조해 왔다. 여기에 한화그룹이 보유한 인공지능, 방산 전자장비, 무인체계 기술을 결합할 경우 차세대 무인 잠수정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 각국 해군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무인 수중체계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과 영국, 호주, 노르웨이, 일본 등도 자율 무인 잠수정 전력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시장조사업체들은 향후 10여 년 동안 무인 수중체계 시장 규모가 현재보다 수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이번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계약을 따내지 못한 것은 분명 아쉬운 결과다. 그러나 미래 해전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만큼, 이번 실패를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유인 잠수함 시장은 국가별 수요가 제한적이지만, 무인 잠수정은 군사용뿐 아니라 해양 탐사와 에너지 개발, 해저 통신망 관리 등 민간 분야까지 활용 범위가 넓다.
결국 미래 바다는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과 로봇이 함께 지키는 시대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화오션이 축적한 잠수함 기술과 AI 기반 무인체계 기술을 결합한다면, 이번 캐나다 사업의 아쉬움을 넘어 차세대 글로벌 해양 방산 시장에서 새로운 주도권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뉴스/사진 밴쿠버 교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