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없는 생색내기"
이란 전쟁 여파로 가솔린 등 국제 유가가 폭등하며 재정 보너스를 맞은 캐나다 앨버타주 정부가 고물가에 신음하는 주민들을 위해 현금성 환급 카드를 꺼내 들었다.

CBC 캡쳐
그러나 정부가 당초 약속했던 유류세 인하 대신 1회성 소액 현금 지급으로 선회하자, 야당과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실질적인 물가 안정 효과가 없는 ‘정치적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날 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7일 캐나다 공영방송 CBC 뉴스(CBC News) 보도에 따르면, 다니엘 스미스 앨버타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고물가 적응 지원책의 일환으로 자격 요건을 갖춘 가구 성원 1인당 100달러를 지급하는 ‘앨버타 에너지 환급(Alberta Energy Rebate)’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번 환급금 지급에는 최근 수개월간 고유가 기조로 인해 주 정부가 거둬들인 막대한 석유 및 가스 로열티 수입이 재원으로 투입된다.
지급 대상은 2025년도 소득세 신고를 마친 만 18세 이상의 앨버타 주민 중 부부 합산 또는 단독 가구 소득이 22만 5000달러이하인 이들이다.
주 정부는 이번 정책으로 전체 주 인구의 약 70%에 달하는 340만 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비과세로 지급되는 이번 환급금은 오는 7월 1일부터 정부의 보안 온라인 포털을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중증 장애인 수당(AISH) 등 취약계층 수급자들에게는 별도의 신청 없이 자동으로 계좌에 입금될 예정이다. 부부가 함께 거주하는 가구는 200달러를 받게 되며, 성인 자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의 경우 지원금이 더 늘어난다.
당초 앨버타주는 국제 유가(WTI 기준)가 배럴당 평균 90달러를 넘어서면 주 법에 따라 리터당 13센트에 달하는 주 유류세를 감면해 주는 직간접적 민생 대책을 시행해 왔다.
실제로 최근 한 달간 유가는 배럴당 90달러 이상을 유지하며 유류세 면제 기준을 충족했다. 하지만 주 정부는 이번에 유류세 인하를 전격 보류하고 100달러 현금 지급 방식으로 정책을 전격 선회했다. 다니엘 스미스 주지사는 이에 대해 "유류세를 낮추면 운전을 하지 않는 대중교통 이용자나 취약계층이 혜택에서 소외된다"면서 "정유사나 주유소가 마진을 남겨 소비자가 체감하는 주유소 가격 인하 효과가 사라지는 것을 막고, 고유가 혜택이 모든 주민의 주머니로 온전히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지 반응은 싸늘하다. 야당인 신민주당(NDP)과 시민단체들은 지난 4개월간 주유소 가솔린 가격이 40% 가까이 폭등해 가구당 수백 달러의 추가 지출이 발생한 상황에서, 단 한 차례 지급되는 100달러는 ‘기름 한 통’ 값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캘거리 대학의 트레버 톰베 경제학 교수는 이번 조치를 2006년 당시 랠프 클라인 전 주지사가 유가 급등 보너스로 모든 주민에게 조건 없이 400달러씩 지급해 큰 호응을 얻었던 이른바 ‘랠프 벅스(Ralph Bucks)’ 사례와 비교했다. 톰베 교수는 "과거 400달러는 실질적인 가계 보탬이 되어 소비 진작으로 이어졌으나,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턱없이 적은 이번 100달러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주민들에게 아무런 금융적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가 상승으로 사상 최대의 세수 호황을 누리고 있는 앨버타 정부가 정작 민생 안보에는 지나치게 인색하다는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뉴스/사진 제공: 밴쿠버 교차로>